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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기행  2006
The Inner Journey of the Plants

2006.11.29 - 12.5

학고재 화랑 Hakgojae gallery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00-5
02.739.4937,8

“조화로움을 찾아 떠나는 내면 여행”  _공주형/ 학고재 실장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공존해야 합니다.’ 〈소박한 밥상〉에서 아름다운 자연주의자 헬렌 니어링(Helen Nearing)은 조언한다. 먹을거리와 먹는 행위를 통해 저자가 제안하는 조화로운 삶은 구체적이다. ‘식사는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 할 수 없이 간단히 준비하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로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자연과 대화하며 친구와 만나라.’ 저자의 조언대로라면 최혜인은 부엌과 식탁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그 시간을 작업에 써야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 조언을 따르지 않는다. 부엌과 식탁 자체가 작업의 주제인 탓이다. 그럼에도 최근 최혜인의 작업은 〈소박한 밥상〉과 닮아 있다.


  야채류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헬렌 니어링이 가장 간단하고 깨끗한 음식으로 독자에게 추천한 음식이다. 네모 잡이 종이를 점령한 보무도 당당한 야채들이다. 과거에 최혜인 작업의 소재 또한 감자와 같은 야채들이었다. 다만 변화라면 소재 표면에 머물던 관심이 내면으로 깊어졌다는 점이다. 양송이버섯과 브로콜리 등은 부분적으로 보면 생김, 길이, 크기, 색깔 모두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이름’, ‘하나의 존재’로 인식되는 야채들이다. 마치 다양한 관계가 공존하는 사람살이 같기도 하고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이룬 가족 같기도 하다.

  "손가락만한 버섯 밑에 작은 버섯들이 기생하는 모습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인간군을 생각했다. 브로콜리 표면의 틈들에서 때로는 원활하게 소통되지 못하는 관계의 어려움을 떠올렸다."

  최근 최혜인의 작업 주제는 ‘관계’이다. 뿌리가 얽히고설킨 콩나물은 작가의〈지금, 현재〉이고, 머리 네 개가 하나로 묶인 버섯은 〈가족〉이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고, 마침내 넷이 하나의 가정을 이룬 작가의 삶과 작업을 분리해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가족의 숫자가 하나 둘 늘면서 역할과 의무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분주해진 동선 속에서 작가는 〈내 안에 남아있는 미성숙의 흔적들〉을 발견하고, 따로 또 같이 있는 〈닮음과 닮지 않음 사이〉를 경험한다. 늘 가까이에 있는 야채류들을 통해서 이다. 따라서 화면에 등장하는 야채들은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여럿이면서 하나인 ‘함께 하는 삶’에 대한 성찰의 매개물인 셈이다. 


  관계에 대한 고민은 색을 통해 작업으로 연장된다. 최혜인은 얇은 순지나 장지를 주로 사용한다. 민감한 선의 표현을 고려한 선택이다. 그 위에 십 여 차례에 걸쳐 아교 포수를 한다. 먹이나 염료가 올라가는 것은 아교 포수를 마친 후이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작업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근 작업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색의 사용이다. 명도와 채도가 낮거나 무채색이 주를 이루던 화면이 한결 화사하다. 색이 뜨지 않게 소목과 같은 식물성 안료를 먼저 칠한 후 광물성 안료를 다시 칠하기도 하고 흐린 것을 여러 번 겹쳐 보기도 한다.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 가를 살피기 위함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무엇일까’에 머물러 있던 작업은 ‘그림을 그려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로 한 걸음 나아간다. 이번 전시에서 색은 관객과의 관계 맺음, 더 나아가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의 대안인 것이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꽃에서 우주를 본다.’ 블레이크(William Blake)는 이렇게 ‘순수’를 꿈꾸었다. 최혜인도 그랬었다. 같은 꿈을 꾸었었다. 작업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이번 꿈은 아니다. 방법이 다르다. 더 이상 혼자 꾸는 꿈이 아니다. 함께 꾸는 꿈이다. 양송이버섯과 브로콜리로 차린 최혜인의 소박한 밥상이 특별하기도 한 이유는 여기 있다. 

 

“An inner journey in search of harmony”_Gong, joo-hyung/ chief curator of Hakgojae

 

  'We should live in harmony with all things living,' advises the beautiful naturalist Helen Nearing in The Simple Meal. The harmonious life she suggests through food and the act of eating is concrete. 'Prepare meals simply, more simply, inexpressibly simply, and use the time and energy you save to write poetry, enjoy music, talk to nature, and meet with friends.' If we follow her advice, we should minimize the time we spend in the kitchen and at the table, and use that time to work. But she doesn't follow this advice. The kitchen and dining table are the subject of her work. Nevertheless, Choi's recent works resemble 'A Simple Table'.

  Vegetables fill the screen. This is the food that Helen Nearing recommended to her readers as the simplest and cleanest food. The bomu that occupy the square paper are also dignified vegetables. In the past, Choi's work has also been based on vegetables such as potatoes. However, what has changed is that her interest in the surface of the material has deepened. Matsutake mushrooms and broccoli are vegetables that have different shapes, lengths, sizes, and colors, but are perceived as 'one name' and 'one existence'. It's like a human life where various relationships coexist, or a family made up of people with different personalities.

 

  The small mushrooms parasitizing under the finger-sized mushrooms reminded me of a human family of various ages. The cracks in the surface of the broccoli reminded me of the difficulties of relationships that sometimes do not communicate smoothly.

  The theme of Choi's recent work is relationship. The bean sprouts with tangled roots are the artist's 〈now, present〉, and the mushrooms with four heads tied together are her 〈family〉. It is impossible to understand the artist's life and work separately, as one becomes two, two becomes three, and finally four becomes a family. As the number of family members increased one by one, the roles and duties grew exponentially. In the midst of this bustle, the artist discovers the 'traces of immaturity that remain in me' and experiences the 'similarity and dissimilarity' between being separate and together. It is through vegetables that are always close at hand. Therefore, the vegetables on the screen are a medium for reflection on the 'life together' that is both one and many, many and one.

  The consideration of relationships extends to the work through color. Choi often uses thin vellum or vellum paper. She applies a dozen or so coats of glue on top of the paper. The ink or dye is applied after the glue is applied. Up to this point, it's not much different from the traditional way of working. A notable change in recent work is the use of color. It's a lot more bright and saturated or neutral colors. To prevent color from bleeding through, I sometimes apply a vegetable pigment such as saw palmetto first, then a mineral pigment, or I layer several layers of overcast. This is to see what works best. My work moves from 'what it means to paint' to 'how to communicate through painting'. In this exhibition, color is an alternative way for the artist to establish a relationship with the viewer and explore the possibility of communication.

  'I see the world in a grain of sand, the universe in a single flower,' William Blake dreamed of 'purity'. So did Hye in Choi. She had the same dream. It was through work. But not this dream. The method is different. It's no longer a dream I have alone. It's a dream we share. That's why Choi's simple meal of mushrooms and broccoli is so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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