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음과 닮지 않음의 사이 A gap between similar & dissimilar things 2012

닮음과 닮지 않음의 사이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더군다나, 그 '여성'이 자신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예술가라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여성'과 '예술가'라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작가 최혜인은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초현실주의 화가'다.

 

갈수록 가중되는 가사와 육아 부담 속에 최혜인은 자신의 주변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자그마한 생명체들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부지깽이로 들쑤신 부엌 아궁이에서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불꽃들을 바라봤을 잿더미 소녀 신데렐라처럼, 최혜인은 냉장고 안에서도 싹을 틔우는 감자의 생명력과 새끼 버섯마저 옆구리에 소중하게 챙길 줄 아는 버섯의 가족애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하찮고 평범하기에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자연물들은 결국 한 화가의 미의식을 강렬하게 사로잡으며 오브제로 채택되는 영광을 안게 된다. 더불어 부엌의 재투성이 신데렐라는 일상 생활에서 좀처럼 관심 받지 못하는 생명들의 소중함에 기대어, 닮은 듯 하면서도 닮지 않음의 사이에 관해 자신만의 환상적인 세계를 창조하기 시작한다.

 

지난 1994년 첫 전시회를 연 이래 올해 여섯 번째 개인전을 마련한 화가, 최혜인이 3월 7일부터 6월 7일까지 석 달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닮음과 닮지 않음의 사이'전을 개최한다. 지난 2003년 그녀의 그림을 처음으로 접한 이후, 약 10년 동안 지켜봐 온 최혜인의 예술은 한마디로 '초현실주의 한국화'라는 신영역을 한 발 한 발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것. 여백의 미와 함께 생동하는 기운이 모범 답안으로 굳건히 자리한 한국화는 작가 최혜인의 손끝에서 마치 샤걀의 팔레트와 달리의 붓질을 접목한듯한 혁신을 경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맞이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자신만의 소재, 자신만의 구도, 자신만의 색깔을 10여 년 간 찾아 나선 끝에 마침내 한국적이면서도 전통에 매이지 아니하고 초현실주의적이면서도 서양적이지 아니한 몽환적 아름다움이 관객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그런 의미에서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는 스러지는 아름다운 생명들과 함께 이 전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 한 편이라는 생각이다. 싹을 틔우고 봉오리를 맺은 후 꽃을 피우기까지의 긴 세월이 전시회장 곳곳에 절절이 녹아 있는 까닭에서다. 소설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처럼 오직 한 길만 걸어온 그녀의 인생이 마침내 자신의 그림 천국에 발을 들여 놓은 느낌이다.

 

윤지현 (호암교수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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