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養生) 생명을 북돋다  
Boost a life


2021.7.14 (수) - 8.1(일)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87 

   

양생(養生) 생명을 북돋다  Boost a life

 

  순환하는 생명 에너지

  “썩거나 부패하는 음식을 먹으라. 단, 그것이 부패하기 전까지.” _헬렌 니어링

  “먹는다는 것은 자연을 몸으로 받아들여서 생명의 동력을 얻는 거룩한 행위이다.” _퇴계 이황

 

  내가 먹는 음식도 나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에너지를 섭취해 생명을 이어가는 일이다. 이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니다. 계절을 음미하는, 몸과 마음으로 먹는 행위이다. 봄나물을 먹을 때 언 땅을 뚫고 싹을 틔운 생명력과 봄의 초록 기운이, 물기가 많은 채소를 먹을 때 땅의 수분이, 마른 채소를 먹을 때는 햇빛이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이렇듯 양분을 제공하는 식물과 이를 섭취하는 인간, 모든 생명체는 정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 조건이 된다.

 

  나는 경험한 것을 그린다. ‘일상’에서 물을 길어 ‘밥’을 짓는다. 매끼 식구들의 먹거리를 준비하면서 식재료를 만난다. 소소한 듯하지만, 거대한 삶의 영역이다. 내게 영감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 속 관찰이 경험과 만날 때 영감이 부여되고 그 생각을 직조한다.

  한 여름 과일, 채소, 씨앗류를 본다. 물컹한 열매는 질긴 줄기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에게 치열한 생명력과 삶의 풍경을 보여주는 지표 식물이기도 하다. 햇빛으로 익힌 이 음식들은 태양의 기운을 인간의 몸 속까지 전달해준다. 먹기 쉽고 자연적이며 생명과 영양이 충만하다. 씨앗은 생명의 출발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결과물이기에 이는 다르면서 한편 동일하기도 하다. 현재의 씨앗에는 절반은 과거, 절반은 미래가 함께 있고 과거의 응축된 시간이 미래의 시간을 펼치며 순환한다. 단단한 씨앗들은 과일, 채소의 물기 많고 부드러운 덩어리 속에 박혀있다. 이 곳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정적인 공간이 아니다. 삶을 이어가기 위한 끊임없는 스멀거림과 팽팽한 긴장이 서식하는, 동적인 공간인 것이다.

  삶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펼쳐지는 이야기로 각기 다름 속에서 조화로움을 추구한다. 생명을 북돋고 생기의 다양한 측면을 길러내는 ‘양생(養生)’의 장이다. ‘한 마리 제비를 보고 천하의 봄을 깨닫는다’는 것처럼, 그물처럼 연결된 얽히고설킨 관계망을 일상의 삶 속에서 발견하고 순환하는 생명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2021.7.   최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