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2024
The Path of Breath
2024.8.30 Fri - 9.22 Sun
갤러리 도올 기획전 Gallery Doll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11::00-18:00 open
02.739.1405,6
숨길 The Path of Breath
‘대지는 어둠에 빠져들기 전에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_알베르 까뮈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인간뿐 아니라 식물도, 동물도, 심지어 대지도 숨을 쉬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내비친다. 숨을 쉬는 속도와 숨길이 저마다 다르기에 서로 다른 삶을 보여줄 뿐이다. 식물은 땅 속의 뿌리로, 인간은 몸 속의 혈관으로 양분을 흡수하고 숨을 쉬며 몸 구석구석으로 뻗은 숨길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모든 생명은 그물망처럼 얽혀 공생한다. 대지에서 나온 인간은 땅에서 나온 생명의 먹거리로 숨을 쉬며 생기를 얻는다. 이후 생기가 다하면 다시 땅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끊임없는 순환의 공생, 그 가운데 숨과 숨길이 있다.
'생(生)’은 끼니와 끼니 사이의 연속이다. 한 끼의 식사는 생과 생을 이어줌으로써 인생을 만드는 행위이기에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은 결국 삶을 지속시키는 일이다. 자연의 숨길에서 탄생한 생명들이 내 몸에 스며들고 그 생명들을 전달받아 삶을 이어 나간다.
살림은 누군가를 ‘살리는’ 숭고한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부엌데기 엄마의 노동으로 여겨져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냉장고 문을 열면서 오래 묵혀 두었던 감자에 싹이 난 것을 발견했다. 한 번도 생명으로 여기지 않았던 감자가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먹거리로만 알았던 냉장고 속의 식물들은 그렇게 내게 커다란 깨우침을 일깨워 줬다.
돌이켜보니 부엌은 식구(食口)들에게 매끼 영양분을 제공하는 생명의 장소였다. 부엌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자 부엌과 작업실의 공통점이 보였다. 인간의 몸과 마음을 살리기 위해 뭔가 ‘만들어내는’, 날 것의 재료와 생각이 익혀지면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마법의 공간들이었다. 부엌의 ‘살림’이 작업실의 ‘그림’ 속으로, 생명의 숨과 삶의 숨길을 안고 들어왔다. 식탁 위 식재료는 역설적으로 창작의 원천이 되어 작업의 매개가 되었다.
몸의 리듬에 맞는 깊은 숨을 내쉰다. 몸의 숨구멍이 열리며 마음이 차분해진다. 자연도 24절기로 나뉘어 숨 쉬듯 흘러간다. 눈이 녹기 시작하는 우수(雨水),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 대지의 생명수가 내리는 곡우(穀雨), 봄볕이 충만해지는 소만(小滿), 모내기가 시작되는 망종(芒種), 해가 가장 긴 하지(夏至),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 그리고 달이 가장 긴 동지(冬至) 등 여러 절기와 어우러진 생명의 숨길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화면에 그어진 무의식적인 선과 켜켜이 쌓인 색들은 이러한 자연의 흐름 속에서 내 숨이 지나간 길이다. 곡식, 채소를 소재로 한 이 숨길의 흔적들은 멈췄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해 하늘과 땅, 그리고 물속에서 꿈꾸는 풍경이 되었다.
2024. 여름. 최혜인
The Path of Breath
The earth exhaled slowly before plunging into darkness.' _Albert Camus
Inhale and exhale. It is proof that you are alive. Not only humans, plants, animals, and even the earth breathe and indicate that you are alive. It only shows different lives because the speed and hiding they breathe are different. Plants are the roots of the ground, and humans absorb nutrients through blood vessels in the body, breathe, and sustain life through hiding that extends to every corner of the body.
All life is intertwined like a mesh and symbiotic. Humans from the earth breathe and get vitality from the food of life from the earth. After that, when life expires, it returns to the earth and gives birth to a new life. Among them are breathing and hiding, a symbiosis of constant circulation.
Life is a continuation between meals. One meal is an act of making life by connecting life with life, so eating meals is ultimately continuing life. Lives born from the hiding of nature permeate my body and receive those lives to continue my life.
Salim is a noble act of 'saving' someone. Nevertheless, I wanted to get out of this act. It was because it was considered the labor of the mother of a kitchen iron like a squirrel wheel. Then one day, when I opened the refrigerator door, I found that the potatoes that had been kept for a long time had sprouted. Potatoes that were never considered life were breathing. The plants in the refrigerator, which I thought were only food, reminded me of a great enlightenment.
Looking back, the kitchen was a place of life that provided nutrition for every meal to family members (食口). As the way I looked at the kitchen changed, I saw the commonality between the kitchen and the studio. They were magical spaces that created something 'making' and raw materials and thoughts to save the human body and mind as they were mastered. The kitchen's 'living' came into the 'picture' of the studio with the breath of life and the hide of life. Paradoxically, the food materials on the table became the source of creation and became the medium of work.
Exhale deeply to the rhythm of your body. Your body's breathing holes open up and you feel calm. Nature also flows by as if you are breathing in 24 seasons. Usu (雨 where snow begins to melt), Gyeongchip (驚蟄 where everything wakes up from hibernation, Gokwoo (穀雨 where the earth's life begins to fall), Soman (small 滿) where the earth's life begins to be full of spring sunshine, Mangjong (芒 where rice planting begins), 夏至 where the sun is longest, Hanro where cold dew forms, and Dongzhi (冬至 where the moon is longest) all different seasons appear and disappear. The unconscious lines and colors on the screen are the paths of my life in the flow of nature. The traces of hidden things based on grains and vegetables repeatedly stopped and continued, and became a landscape that I dreamed of in the sky, land, and water.
2024. Summer. HYEIN CHOI